번역가 이름을 유심히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, 이 책을 읽으면서는 자꾸 옮긴이 이름을 확인하게 되었다. 정지인. 낯익은 이름이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'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'를 옮긴 사람이었다.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문장이 참 편안했다. 원서를 번역한 티가 나지 않고 그냥 누군가 나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랄까. 어려운 개념도 술술 읽히니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고, 그래서인지 책 한 권을 읽었다기보다 좋은 이야기를 오래 들은 기분이 들었다. 식물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은 여러 번 뒤통수를 쳤다. 베란다에서 화분 몇 개를 키우면서도 나는 늘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로 여겼다.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고, 햇빛을 못 보면 축 처지는, 전적으로 내 손에 생사가 ..